최근 몇년간의 경향을 보면 우리나라 박물관의 활성화는 어린이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박물관 연간 관람객의 약 50퍼센트 이상이 어린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라고 한다.
어린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현장학습, 탐구학습, 소풍 등 학교가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많아지다 보니 박물관 방문 역시 필수 코스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에 오는 어린이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지금부터 익숙한 장면들을 떠올려본다.
학습의 연장인 박물관 체험은 문제 있다
어린이들에게 전시실 유리창 저 너머에 쓰여 있는 ‘중도식 무문 토기’, ‘연꽃 무늬 수막새’라는 설명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몇몇 박물관에서는 “교과서 몇 쪽에 나오는 유물, 시험 문제에 잘 나오는 작품’ 이라는 내용으로 교과수업과 직접 연관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몇몇 어린이 교육 단체는 이미 박물관 교육이 일종의 변모된사설 교육처럼 운영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는 어른들의 관람 동기는 ‘아이의 학교 숙제를 위해서’라고 조사된다.
그렇다면 박물관이 학교 수업의 연장선에서 학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의미 있는 체험 혹은 역할이라고 볼 수있을까?
이는 박물관 교육을 그 유물이나 작품에 담긴 지식을 전달하는것이라고 일차원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박물관에서 무엇을 교육하는가, 무엇을 학습하는가, 그 방법으로는 어떤 것을 제공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어린이의 경험을 디자인해라
문화 시설을 통한 어린이 교육은 지식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어린이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할지,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생각을 이끌어낼지, 어떻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아이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대도시화 되어가는 뉴욕 도심에서 어린이가 자연을 접할 기회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자연에 대한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이다.
1899년 개관한 이곳은 어린이 박물관의 효시가 되었다. 그 후로 브루클린어린이 박물관은 지역 사회에서 중요성이 점차 커져 변모와 확장을거듭했으며 2008년에는 새로운 전시 내용을 확충하여 재개관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멕시코, 중국, 이탈리아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자기 동네의 모습을 재발견한다. 가까이 살고 있지만 서로 제대로 놀게 하면 저절로 배운다.
다른 민족의 독특한 전통 음식을 만들어보고, 축제도 함께 즐기고, 슈퍼에서 쇼핑도 하고 길거리의 교통수단을 타보면서 마음껏 뛰어논다.
어쩌면 “이 시설이 자기들끼리 하는 소꿉놀이와 무슨 차이가있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신나게 놀면서 기차를 타는사람들, 기차를 움직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발전해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경험의 디자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경험은 자연스럽고 즐거워야 한다. 기차 모형을 보고 ‘기차는 몇 년에 누가 발명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읽고 베끼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체험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 앤터니 펠레그리니는, 아이는 자유롭게 노는 동안 상상력을 총동원할 뿐만 아니라 친구와 의사소통하는능력, 그리고 공명정대하게 행동하는 기술도 습득하게 된다고 했다.
놀면서 성장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 적응 능력이 현저히 우수하다는 것이 정신의학의 중론이다. 이런 내용을 굳이 증거로 내밀지 않더라도 아이가 놀이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며 창의적으로 학습하고 자신과 사회를 발견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린이 박물관의 역할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흥미롭고 신나는 경험을 선사하자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공공 어린이 박물관 건립을 결정하고, 2010년 개관을 목적으로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어린이 박물관을 공사 중이다.
이곳에는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가 있어 경기도어린이박물관까지 생긴다면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뮤지엄 파크가 될 것이다.
인접한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 공원등의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로 어린이 성장에 필요한 창의적인 영감을 끌어올릴 것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수학과 과학, 자연, 미술과 같은 교과별 공간으로 전시를 구분해 만들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튼튼한 어린이, 호기심 많은 어린이, 세계 속의 어린이,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런 비전을 담은 전시와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그래서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지도 찾기 놀이를 하면서 경기도에 흐르는 한강의 역사를학습하고, 물의 중요성을깨닫는다.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생각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잠깐이나마 제 스스로 생각해본다.
미래의 하늘과 바다를 가로질러다닐 선박을 상상해 그려보고 만들어보며, 할머니가 어릴 때 갖고 놀던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그때의 이야기들을 담은 전시장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공구를 사용해 집도 만들고 세계의 다른 어린이들과 대화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가 주인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은어린이의 생각을 담고, 어린이가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낼 것이다. 곳곳의 많은 어린이를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어린이 자문단이 직접 활동하면서 그들이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을 말하고 찾아냄으로써, 참된 의미에서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글 ㅣ 김정화_경기도어린이박물관 개관 준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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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걸어주셔서 놀러왔습니다...새로 오픈될 박물관이 기대되는군여...^^
즐거운 저녁 되세요~